국내 증시는 매년 일정 수의 기업이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시장에서 제외됩니다. 올해 상반기만 보아도 코스피 3곳, 코스닥 14곳이 상장 폐지 절차를 거쳤습니다. 상장 폐지는 단순한 제재가 아니라, 더 이상 이 회사의 주식을 거래소에서 사고팔 수 없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투자자에게는 중요한 변곡점이 됩니다.

그러나 많은 투자자가 오해하듯, 상장 폐지가 곧 “주식의 소멸”은 아닙니다. 정확한 구조를 이해하면 대응 전략을 보다 냉정하게 세울 수 있습니다.
상장 폐지 이후에도 주식은 존재한다
상장에서 퇴출됐다고 해서 기업이 바로 문을 닫는 것은 아닙니다.
상장 상태는 ‘거래소를 통한 공시·거래 자격’을 의미할 뿐, 법인의 생존 여부와는 별개입니다.
비상장 주식으로 전환
상장 폐지가 결정되면 종목은 더 이상 거래소에서 유통되지 않지만, 주식 자체는 그대로 남아 장외시장(OTC)에서 거래할 수 있는 비상장 주식으로 전환됩니다.
장외시장은 거래 투명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유동성도 부족하지만, 기업이 영업을 이어가는 한 보유자의 권리는 유지됩니다.
재상장의 가능성
드문 경우이지만 상장 폐지 이후 재도약한 기업도 존재합니다. 지누스나 진로처럼 회계 문제나 경영 악화로 상장 폐지되었다가 구조조정·재편 등을 통해 다시 증시에 입성한 사례가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기존 주주가 보유하던 주식은 재상장 후 다시 거래 가능한 상태로 전환되며, 일반 상장 주식과 동일하게 취급됩니다. 기업의 회생 여부에 따라 주주의 최종 성과가 완전히 달라질 수 있는 이유입니다.
파산·청산으로 갈 경우 발생하는 문제
기업이 회생하지 못하고 법원의 파산이나 청산 절차로 들어가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집니다.
왜 주주가 마지막 순위가 되는가
기업이 보유한 자산은 법에 따라 변제 순위에 맞게 분배되는데, 채권자(금융기관·공급업체 등)가 주주보다 우선순위를 갖습니다.
이 때문에 자산 매각 과정에서 채권자 변제만으로 자산이 모두 소진되는 경우가 많아, 일반 개인 투자자가 받게 될 금액은 매우 제한적이거나 아예 없을 수 있습니다.
사실상 ‘회수 불가’가 되는 이유
청산 단계에서는 기업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고, 매각 가격도 기대치에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회수 가능성은 상장 폐지 기업 중에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며, 투자자는 이 단계로 넘어가기 전 대응 전략을 세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정리매매는 마지막 선택권
상장 폐지가 전격적으로 시행되는 것은 아닙니다.
거래소는 최종 상장 폐지 확정 공시 후, 투자자에게 보유 주식을 처분할 수 있는 ‘정리매매 기간’을 제공합니다.
정리매매의 특징
- 기간: 보통 7거래일
- 가격 제한폭 없음: 상·하한가 제한이 없어 급등과 급락이 자유롭게 발생
- 체결 방식: 30분 단위 단일가 매매
- 일정 시간 동안 주문을 모아 하나의 가격으로 체결
- 매도는 낮은 가격부터, 매수는 높은 가격부터 우선적으로 충족
왜 빠른 처분이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을까
정리매매 초반에는 매수세가 남아 있는 경우가 있으나, 후반부로 갈수록 매도 물량이 급격히 증가해 주가가 급락하는 패턴이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이 때문에 일반적으로는 정리매매 초기 단계에서 처분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손실을 줄이는 방향으로 여겨집니다. 다만 정리매매일에는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커지기 때문에 단기 시세 급등처럼 보이는 움직임에 흔들리지 않는 판단이 필요합니다.
정리
상장 폐지는 기업의 ‘시장 퇴출’이지 ‘존속 중단’이 아닙니다.
보유 주식은 비상장 상태로 남아 장외거래가 가능하고, 회사가 정상화되면 재상장 기회도 존재합니다. 그러나 파산·청산까지 진행되면 자산 분배 구조상 투자원금 회수 가능성이 크게 줄어들기 때문에, 정리매매는 사실상 투자자가 취할 수 있는 마지막 대응 기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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